사계절 퍼스널컬러는 왜 네 개일까 — 분류를 가르는 기준
퍼스널컬러 이야기를 듣다 보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이 든다. '왜 하필 네 개일까. 봄과 가을은 뭐가 다르길래 굳이 갈라 놓은 걸까.' 네 유형은 색 목록을 먼저 정해 두고 계절 이름을 붙인 것이 아니라, 몇 가지 기준을 조합한 결과로 생겨난 칸에 가깝다. 그 기준이 무엇인지 따라가 보면 분류의 얼개가 보인다.
계절 이름은 어디서 왔나
퍼스널컬러는 사람의 피부·머리카락·눈동자 색과 옷이나 화장의 색이 서로 어울리는지를 살펴보려는 미용 분야의 분류 체계다. 의학적으로 확립된 개념이라기보다, 색채 이론에서 갈라져 나와 미용과 이미지 컨설팅 현장에서 통용되는 틀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뿌리는 20세기 초 색채 교육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독일 바우하우스에서 색채를 가르친 스위스 화가 요하네스 이텐(Johannes Itten)은 학생들이 스스로 고른 색으로 작업할 때 결과가 가장 좋다는 점에 주목했고, 그 선택이 학생 자신의 피부·머리 색과 이어져 있다고 봤다. 사람의 색을 네 무리로 묶어 계절 이름으로 부른 것도 그가 먼저였다.
이 발상을 미용 상담의 실무로 옮긴 쪽은 미국이었다. 1940년대부터 캘리포니아에서 활동한 디자이너 수잔 케이길(Suzanne Caygill)이 계절 비유를 개인 이미지 상담에 처음 적용했고, 이 틀을 대중에게 퍼뜨린 것은 컬러 컨설턴트 캐롤 잭슨(Carole Jackson)이 1980년에 낸 책 『Color Me Beautiful』이었다. 이 책은 1980년대 초 베스트셀러가 됐고 1983년에 이미 31쇄를 찍었다. 잭슨의 틀에서 겨울과 여름은 피부 언더톤이 푸른 계통인 쪽, 봄과 가을은 노란 계통인 쪽으로 갈렸다. 계절 이름은 특별한 의미라기보다 네 묶음에 붙인 기억하기 쉬운 이름표에 가깝다.
분류를 떠받치는 세 개의 축
첫 번째 축은 색의 따뜻함과 차가움이다. 흔히 웜톤(warm tone)·쿨톤(cool tone)이라 부르는 구분으로, 노랑이나 주황이 섞인 쪽을 따뜻하다고, 파랑이 섞인 쪽을 차갑다고 본다. 사람에게 적용할 때는 언더톤(undertone), 즉 피부 표면 아래에 비쳐 보이는 바탕 색조를 기준으로 삼는다. 이 축만으로는 두 갈래밖에 나오지 않는다. 네 칸이 되려면 축이 더 필요하다.
나머지 두 축은 색채학에서 오래 쓰여 온 개념을 빌려 온 것이다. 미국의 화가 앨버트 먼셀(Albert Munsell)이 만든 먼셀 색체계는 색을 색상(hue)·명도(value)·채도(chroma) 세 속성으로 기술한다. 명도는 밝고 어두운 정도로, 검정을 0, 흰색을 10으로 두고 그 사이를 눈금으로 나눈다. 채도는 색이 얼마나 선명한가로, 무채색 축에서 바깥으로 멀어질수록 커진다. 퍼스널컬러 분류는 이 가운데 명도와 채도를 나머지 두 축으로 가져와, 앞의 따뜻함·차가움과 함께 세 잣대로 삼는다.
세 축을 조합하면 네 칸이 나온다
세 축을 겹쳐 놓으면 네 유형이 어떤 조합인지가 드러난다. 봄(Spring)은 따뜻하고, 밝고, 생생한 쪽이다. 여름(Summer)은 차갑고, 밝고, 부드러운 쪽이다. 가을(Autumn)은 따뜻하고, 어둡고, 부드러운 쪽이다. 겨울(Winter)은 차갑고, 어둡고, 생생한 쪽이다. 봄과 가을은 따뜻함을 공유하되 명도와 채도에서 갈리고, 여름과 겨울은 차가움을 공유하되 같은 자리에서 갈린다. '왜 네 개인가'에 대한 답은 여기 있다 — 세 축을 조합해 나온 묶음이 네 갈래로 정리된 것이다.
다만 이 네 칸은 사람에게 매기는 등급도, 어느 칸이 다른 칸보다 낫다는 순서도 아니다. 색을 고를 때 참고할 수 있는 정리 방식일 뿐이며, 취향과 자리의 성격, 그날 입은 옷의 조합 같은 것들이 색 선택에 함께 작용한다.
네 칸으로는 부족했다 — 12타입의 등장
네 칸만으로 나누다 보면 경계에 걸치는 경우가 생긴다. 따뜻함은 뚜렷한데 명도가 애매하다거나, 차가운 쪽인 것은 분명한데 선명함과 부드러움 사이 어디쯤인 경우다. 이 빈틈을 메우려고 세분화된 체계가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먼셀 연구소에서 컬러리스트로 일했던 캐스린 캘리시(Kathryn Kalisz, 1948~2010)가 만든 Sci\ART 체계로, 2000년에 12톤 분류로 소개됐다.
12타입은 네 칸을 다시 셋으로 쪼갠다. 어느 칸에 속하느냐를 먼저 묻는 대신, 웜·쿨, 명도, 채도 세 축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축을 따져 갈래를 나눈다. 예를 들어 같은 여름이라도 밝기가 두드러지는 쪽, 부드러움이 두드러지는 쪽, 차가움이 두드러지는 쪽으로 갈리는 식이다. 세분화 방식이 하나뿐인 것도 아니어서 16타입처럼 더 잘게 쪼갠 체계도 함께 쓰인다. 네 칸이든 열두 칸이든, 자연에 미리 그어져 있던 선이 아니라 사람이 정한 구획인 셈이다.
자가진단과 전문가 진단은 같지 않다
이 분류는 눈으로 보고 판단하는 절차 위에 서 있다. 얼굴 옆에 색 천(드레이프)을 대어 보며 비교하는 방식이 흔한데, 결과는 조명과 사용한 천, 판단하는 사람의 훈련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같은 사람을 두 컨설턴트가 봤을 때 결과가 갈리는 일이 드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사계절 방식이 널리 받아들여져 온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적용에는 상당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한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스스로 해 보는 자가진단은 참고용으로 두는 편이 낫다. 집 안 조명과 거울, 손에 있는 옷 몇 벌로 하는 확인은 조건을 통제하기 어려워 유형을 확정할 근거가 되지 못한다. 방향을 가늠하는 데는 쓸모가 있지만,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면 통제된 환경에서 훈련받은 사람의 진단을 받는 편이 낫다.
이 분류가 답해 주지 못하는 것
이 글은 분류의 기준을 설명할 뿐, 읽는 사람이 어느 유형에 속하는지는 정해 주지 못한다. 유형 판단은 실제 피부·머리·눈의 색을 통제된 조명 아래에서 비교해야 하는 일이라, 글로 읽은 기준만으로 스스로를 어느 칸에 넣기는 어렵다. 게다가 피부색은 고정된 값이 아니다. 계절에 따라 볕에 그을리기도 하고, 나이가 들며 머리카락 색이 바뀌기도 한다. 한 번 받은 진단이 평생 유효하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어떤 색이 '더 낫다'를 정해 주지도 못한다. 색이 어울리는지에 대한 판단에는 개인의 취향과 그 자리의 맥락이 크게 작용하며, 이 분류는 그 판단을 대신해 주는 장치가 아니다. 특정 유형에 속하면 어떤 색을 입어야 한다거나 그러면 어떤 효과가 따라온다는 식의 약속은 이 체계의 범위 밖이다.
마지막으로, 사계절 분류가 유일한 색채 체계도 아니다. 2011년 대한미용학회지에는 영국·일본·한국·독일의 퍼스널컬러 체계를 나란히 놓고 사계절 유형별 피부색 특성을 비교한 연구가 실렸다. 네 나라의 체계를 굳이 견주어 보는 연구가 성립한다는 것 자체가, 같은 계절 이름을 쓰더라도 세부 기준은 체계마다 갈린다는 뜻이다. 이 분류가 모든 피부색과 인종에 동등하게 들어맞는지에 대해서도 공개적으로 검증된 근거는 넉넉하지 않다. 하나의 도구로 쓰되 절대적인 기준으로 삼지 않는 편이 안전하다.
요약
- 사계절 유형은 색 목록이 아니라 웜·쿨, 명도, 채도라는 세 기준을 조합해 만든 칸이다.
- 이텐의 색채 교육에서 출발해 케이길과 잭슨을 거쳐 대중화됐고, 경계에 걸치는 경우를 메우려고 12타입 같은 세분화 체계가 뒤이어 나왔다.
- 판단에는 조명과 훈련이 개입해 결과가 갈릴 수 있으므로, 자가진단은 참고용으로 두는 편이 낫다.
출처
- 요하네스 이텐 — 바우하우스 색채 교육과 계절 유형의 기원 (Wikipedia)
- 캐롤 잭슨 — 『Color Me Beautiful』(1980)과 사계절 분류의 대중화 (Wikipedia)
- 퍼스널컬러 분석의 역사 — 이텐·케이길·잭슨으로 이어지는 계보 (Palette Reveal)
- 먼셀 색체계 — 색상(hue)·명도(value)·채도(chroma) 세 속성 (Wikipedia)
- 먼셀 색체계의 세 속성 정의 (Munsell Color)
- 캐스린 캘리시와 Sci\ART 12톤 체계의 성립 (Chrysalis Colour)
- 사계절 방식 적용에 상당한 주관적 판단이 개입한다는 서술 — 미국 특허 US5924426A 배경 기술 (Google Patents)
- 「퍼스널 컬러 시스템의 사계절 유형별 피부색 특성 비교 — 영국, 일본, 한국, 독일의 퍼스널 컬러 시스템을 중심으로」 (대한미용학회지, 2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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