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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이 한국 이름을 짓는 법

한국에서 지내다 보면 한국 이름을 하나 갖고 싶어지는 순간이 온다. 그런데 막상 지으려면 소리를 먼저 정해야 할지 뜻을 먼저 봐야 할지부터 막막하다. 항렬이라는 말도 들어봤는데 무엇인지 모르겠고, 서류에는 또 어떻게 적어야 하는지도 궁금하다. 그 갈래를 하나씩 정리했다.

소리인가 뜻인가, 그리고 이름의 짜임

외국인이 한국 이름을 지을 때 가장 먼저 부딪히는 선택은 두 가지다. 원래 이름과 발음이 비슷한 한글 소리를 먼저 정하고 거기에 맞는 뜻을 붙이는 방법과, 마음에 드는 뜻을 가진 글자를 먼저 고르고 그 소리를 받아들이는 방법이다. 둘 다 널리 쓰이는 방식이고 어느 쪽이 맞다고 정해진 규칙은 없다. 다만 소리를 먼저 맞추면 원래 이름과의 연결이 뚜렷하게 남고, 뜻을 먼저 보면 한국어 화자에게 자연스럽게 읽히는 이름을 고르기가 더 쉬워진다는 차이가 있다.

이름의 짜임도 먼저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위키백과의 '한국의 성씨와 이름' 설명에 따르면 한국 성씨는 대부분 한 음절이고(드물게 두 음절짜리 복성도 있다), 이름은 오늘날 한 음절 성에 두 음절 이름을 붙인 세 음절 성명이 가장 흔하다. 성 하나에 이름 한 음절만 쓰는 외자 이름도 드물지 않다.

이름을 한자로 지을지 순우리말로 지을지도 다른 선택이다. 한자 이름은 글자 하나하나에 뜻을 담아 조합하는 방식이고, 고유어(순우리말) 이름은 한자로 옮기지 않고 한국어 낱말이나 그 변형을 그대로 이름으로 쓰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두 방식을 굳이 가르지 않고, 소리가 자연스럽고 뜻도 무난한 조합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항렬이라는 관습, 그리고 피하는 게 나은 것들

한국에는 항렬(行列)이라는 관습이 있다. 집안(문중)에서 세대마다 정해 둔 돌림자를 형제자매는 물론 사촌 항렬까지 이름에 함께 쓰는 방식으로, 오행(五行)의 상생 순서 등에 따라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된다. 다만 이는 대가족·종친회 문화가 강하게 남아 있는 일부 가문에서 이어지는 관습이고, 요즘 태어나는 아이들 이름에는 예전만큼 엄격하게 적용되지 않는다는 설명이 많다. 외국인이 한국 이름을 지을 때 항렬까지 따를 필요는 없지만, 한국인 지인이나 배우자 쪽 집안에서 이 말이 나오면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아 두는 편이 좋다.

글자를 고를 때 실질적으로 더 신경 쓸 부분은 소리와 어감이다. 성과 이름을 붙여 읽었을 때 다른 단어처럼 들리거나, 또래 사이에서 놀림감이 될 만한 소리로 읽히는 조합은 피하는 것이 좋다는 조언이 흔하다. 이런 문제는 한국어 화자가 실제로 소리 내 읽어 봐야 알아채기 쉬우므로, 이름을 확정하기 전에 한국어를 쓰는 사람에게 소리 내 읽혀 보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

이름에 사주나 오행을 맞추는 성명학(姓名學)이라는 관습도 존재한다. 태어난 사주에 맞춰 이름의 획수나 발음을 고르면 운이 따른다는 설명인데, 이런 방식이 실제로 삶에 영향을 준다는 주장은 학술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국내의 한 박사학위 논문은 성명학 유파마다 같은 이름을 두고도 길흉 판단이 서로 엇갈린다는 점을 지적하며, 어떤 성명학도 최적의 이론으로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결론짓는다. 성명학은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문화적 관습으로 알아 두면 되고, 이름이 운명을 바꿔 준다는 식으로 받아들일 근거는 없다.

외국인 등록과 표기에서 고려할 점

한국 이름을 지었다면 그 이름이 공식 서류에 어떻게 남는지도 챙겨야 한다. 법무부 안내에 따르면 외국인등록증(외국국적동포 국내거소신고증·영주증 포함)에 한글 이름을 함께 표기할 수 있고, 신규 등록 시 출입국·외국인청에서 한글 성명 병기를 신청하면 된다. 기존에 등록된 사람은 관련 서류를 지참해 별도로 신청해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정리한 외국인 성명 표기 원칙에 따르면 행정 문서에서는 로마자와 한글 성명을 함께 적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한글 성명도 한국인과 같은 순서(성-이름)로, 성과 이름 사이는 띄어쓰기 없이 붙여 쓴다. 원래 이름이 이름-성 순서로 돼 있어도 한글로 옮길 때는 성을 앞에 오게 정리한다는 뜻이다. 한국 이름을 새로 지을 때 이 표기 순서를 미리 알아 두면 서류를 준비할 때 헷갈리는 일이 줄어든다.

발음이 같더라도 한글로 옮기는 방식은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다. 공식 서류에 이미 등록된 한글 성명이 있다면 그 표기를 따르고, 없다면 외래어 표기법에 맞춰 원래 발음을 한글로 옮기는 방식이 권장된다. 이름을 짓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한글 표기를 공식 표기로 쓸지 하나로 정해 두면 이후 서류마다 표기가 달라지는 혼란을 피할 수 있다.

이 글이 정답을 주지는 않는다

이 글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이름 짓기 관습과 표기 절차를 소개할 뿐, 어떤 이름이 '좋은 이름'인지 판정하지 않는다. 이름의 뜻이나 소리가 마음에 드는지는 결국 이름을 쓸 사람의 판단이다.

항렬이나 성명학처럼 특정 집안이나 지역에서만 강하게 지켜지는 관습도 있다. 이 글에서 소개한 정도의 일반론이 모든 집안·상황에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으므로, 한국인 지인의 조언을 함께 구하는 편이 실제 도움이 된다.

외국인등록·행정 표기 관련 절차는 법이나 지침이 바뀌면 달라질 수 있다. 실제 신청 전에는 관할 출입국·외국인청이나 정부 공식 안내로 최신 내용을 다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하다.

요약

  • 소리를 먼저 맞출지 뜻을 먼저 볼지는 정답이 없는 선택이며, 한국 이름은 보통 한 음절 성에 한두 음절 이름을 붙인 구조다.
  • 항렬은 일부 가문에 남아 있는 관습이고, 성명학은 존재하는 문화이지 검증된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 발음과 어감은 한국어 화자에게 직접 확인받는 편이 안전하다.
  • 외국인등록증에는 한글 이름을 병기할 수 있고, 표기는 한국식 성-이름 순서를 따른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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